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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세정보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 주최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 참여작가 17명(팀)(총 18점) AES+F, 아흐마드 호세인, 아이다 마코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딘 큐 레, 하룬 파로키, 권하윤, 호 추 니엔, 염지혜, 메이로 고이즈미, 문경원 & 전준호, 문틴 & 로젠블룸, 날리니 말라니, 송동, 와엘 샤키, 쉬빙, 양푸동
  • 문의 031-201-8571
  • 홈페이지 njp.ggcf.kr/

기간
2017.03.09~2017.07.02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제 2전시실
개막행사
2017.03.09(목)
- 아티스트 토크: 오후 3시 *참여작가: 송동, 쉬빙
- 오프닝: 오후 5시
기획
서진석(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서현석(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협찬
신라스테이
Imaginary_Asia_webpage
모시는 글
2017년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개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상상적 아시아》는 아시아가 공유하는 다양한 역사적 경험들을 보다 주체적으로 상상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동시대 미술에서 새롭게 제안되는 자기체화적인 역사 쓰기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승자의 기록인 ‘History’가 아닌 우리들 각자가 주관적으로 소소히 써 나가는 다양한 기록들, ‘histories’인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아시아권역 17명(팀)의 영상작가들이 참여합니다. 작가들은 기록과 허구,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교란하며, 개인의 상상을 통해 진실을 도출하고 현실 속에서 불일치의 흔적을 주시합니다.

백남준이 처음 개척한 비디오아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디오, 영화, 애니메이션 등 각각의 장르가 공유되며 무빙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에는 사실과 허구의 공유, 사적 사유와 공적 사유의 영역 해체 등 동시대 무빙 이미지는 매우 유기적이면서도 확장적인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상적 아시아》는 다양한 아시아의 상상적 이야기들과 함께 동시대 현대 미술에 있어서 무빙 이미지라는 융합적인 장르를 다층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입니다. 부디 이번 개막행사에 참석하시어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작품 소개
1. AES+F(러시아)

<신성한 알레고리>, 2011, 5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9‘39“
ⓒ AES+F, Courtesy of the artist & Multimedia Art Museum Moscow and Triumph Gallery

<신성한 알레고리>는 종교 예술에서 벗어나 르네상스 양식의 문을 연 15세기 화가 조반니 벨리니 (Giovanni Bellini)의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채널 영상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인 국제공항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연옥(Purgatory)을 상징한다. 연옥은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다. 연옥은 심판의 공간이 아닌 정화의 공간이다. 이승의 삶이 끊어지고 또 다른 삶으로 연결되면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고 떠난 사람을 환송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연옥의 공항에서 우리는 몸과 영혼의 중간 상태에 의해 연합된 새로운 특별 지구인 클럽의 일원이 된다. 이 작품은 인간과 세상만물, 유한의 생과 무한의 생을 합일론적으로 생각하는 동양의 사고를 연옥이라는 중간세계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2. 아흐마드 호세인(레바논)
2-Ahmad-Ghossein_아흐마드-호세인

<제4단계>,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7‘00“

치코는 레바논 작가 아흐마드 호세인 자신이 어린 시절 조수로 도왔던 마술사이다. 두 사람은 레바논의 남부를 돌며 수많은 어린이들을 열광시켰다. <제4단계>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치코의 모습을 추적한다. 역사와 허구의 경계에서 현실에 가려진 맥락을 통찰하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현실과 허구가 중첩되는 경계 지역을 탐색한다. 이 작품에서는 치코의 활동무대가 된 레바논 남부의 풍경과 상징적인 조형물들에 특별히 집중한다. 조형물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선동하고 풍경을 보여주는 화면은 관광 홍보물과 흡사하다. 마술 같은 속임수의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을 구축하기 위해 호세인 또한 마술 같은 영화적 상상을 구현하며 역사는 허구로 돌변하고 허구는 현실의 숨은 층위를 드러내는 시공간을 보여준다. 마술사 치코는 무대에서 연출했던 사라지는 마술을 삶 속에서 행하며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다. 마술 같은 속임수의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을 구축하기 위해 호세인 또한 마술 같은 영화적 상상을 구사한다.

3. 아이다 마코토(일본)
3-Aida-Makoto_아이다-마코토

<자칭 일본의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6‘07“ ⓒ AIDA Makoto, Courtesy of the Mizuma Art Gallery, Tokyo

일본의 총리가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촬영한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이다. 연설의 주된 내용은 모든 국가가 글로벌리즘이라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말고 일본의 에도시대에 행해졌던 극히 제한적이고 폐쇄 적인 외교관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연설 내용을 담고 있다. 총리를 자처하는 익명의 인물이 26분 동안 읽어 내려가는 연설은 국제 정치의 장치 속에서 작용하는 국가 이기주의, 그 뿌리 속에 맺혀 있는 개인의 욕망에까지 깊게 흐르는 세계화의 논리를 치부처럼 드러낸다. 일본인 특유의 억양이 섞인 ‘일본 총리’의 어눌한 영어는 분명 일본의 정치와 정서를 발설하고 있겠지만, 그것이 지시하는 역학은 오늘과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적 권력이기도 하다.

4-1 ~ 4-5.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태국)
4-1-Apichapong_아피찻퐁-위라세타쿤_Fireworks-sketch

4-1 <불꽃놀이 스케치(개구리)>,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1‘54“

4-2-Apichapong_아피찻퐁-위라세타쿤_For-Monkeys-Only

4-2 <오직 원숭이들만을 위하여>,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3“

4-3-Apichapong_아피찻퐁-위라세타쿤_One-Water

4-3 <하나의 물>, 2013,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1‘11“

4-4-Apichapong_아피찻퐁-위라세타쿤_Dad

4-4 <아버지>,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14‘07“

4-5-Apichapong_아피찻퐁-위라세타쿤_Tone

4-5 <어조>,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11‘32“

태국의 영화감독인 작가는 불교의 세계관과 태국 민간사상, 현대 첨단물리학의 이야기를 기발하게 넘나들며 만유에 깃든 신비한 화합과 사랑의 에너지를 그의 작품 전반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부터 전시, 공연에 이르는 다양한 경계 넘기를 지속하고 있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에게 있어서 영화적 상상과 창작의 뿌리는 태국의 북동쪽이다. 그곳에는 숲이 있고, 메콩강이 흐르며,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다. 또한 깊은 자연과 문명의 폭력이 함께 존재하며 다양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곳이며 도시에서 잃은 꿈과 환상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계속되는 곳이다. 수년 동안 작가는 자신이 종종 가지고 다니는 작은 카메라를 이용해 수많은 영상 스케치 및 연구를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비디오의 일부는 자신의 장편 영화 <열대병>(2004)에서 재현되거나 영향을 받은 것이다.

5-1 ~ 5-2. 딘 큐 레(베트남)
5-1-Dinh-Q

5-1: <모든 것은 재연이다>,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6‘09“

5-2-Dinh-Q

5-2: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 2014,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00“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는 2001년 9월 11일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 사진을 재활용한다. 단순한 긴 스트립들처럼 보이는 4개의 모니터가 보여주는 것은 불운의 건물을 각기 다른 네 개의 순간에 기록한 사진들이다. 무너지기 전과 무너지는 도중, 무너진 후, 그리고 재건을 할 때이다. 딘은 각 사진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200미터에 달하는 긴 길이로 늘어뜨린 후, 에프터이펙트를 이용하여 느린 속도의 움직임을 부여했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하나의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람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장하지만 실체에 관한 정보는 누락되어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무엇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딜레마 속에 놓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영상매체가 밝히는 역사적 현실의 역설적 실체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재연이다>는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항복을 선언한 8월 15일에는 군복 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모여든다. 딘 큐 레의 영상작업에 등장하는 나카우라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은 실제 전쟁을 꼼꼼히 리서치하여 재연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카우라는 특히 베트남 전쟁을 재연하는 동호회에 속해 있었고, 전쟁 당시 군인들이 입었던 군복이나 무기는 물론, 음식, 군가 등 당시 전쟁을 치르던 군인들의 일상적 디테일들을 완전하게 조사하여 재연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작업을 해오더 딘의 관점과 방법은 달라도 나카우라의 행위는 작가가 자신의 삶의 일부라고 여겼던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역사는 그만큼 다각적이다. <모든 것은 재연이다>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딘 자신의 새로운 학습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나카우라의 이질적인 관점을 경유하며 역사는 비로소 입체적인 감각적 현실로 작가에게 다가온 것이다.

6. 하룬 파로키(독일)
6-Haroon-Parocki_하룬-파로키_In-Comparison

<비교>, 2009, 16mm 필름, 컬러, 사운드, 67‘25“ ⓒ Harun Farocki

<비교>는 ‘벽돌집 짓기’라는 주제 아래 유럽과 인디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에서 벽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비교’한다. 벽돌은 인간이 문명을 구축하는 과정의 기본이자 각 지역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언어적 은유다. 또한 벽돌은 공간을 창조하고 사회적인 관계망을 조직하고 사회구조에 대한 지식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현상들이 충분한지 혹은 부족한지에 대한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에 대해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벽돌 제조의 생산 과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귀와 눈을 경쟁이 아닌 비교라는 개념에 대해 사유하도록 유도하고 동서양의 합일론적 사상을 이야기한다.

7. 권하윤(한국)
7-Hayoon-Kwon_권하윤_-489-years

<489년>, 2016,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00“

<489년>은 한반도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데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비무장지대(DMZ)를 경계로 남북의 160만 군사들이 대치하고 있고 이곳에 개개인의 상상적 사고의 자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나 여유는 없다. 권하윤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사고를 해체하고 개인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로 이 사회를 채우며 작품을 재구성한다. <489년>은 작가가 2014년 경기도 파주에 머물며 만난 DMZ 수색대 출신의 군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실사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변환된 3D 컴퓨터 그래픽의 비무장지대는 국가와 개인, 현실과 허구, 긴장과 여유, 공포와 즐거움, 구속과 자유,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는 상상의 세계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8. 호 추 니엔(싱가폴)
8-Ho-Tzu-Nyen_호-추-니엔_The-Cloud-of-Unknowing

<미지의 구름>, 2011,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00“

싱가폴 하층 노동자들이 사는 공공주택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8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8인의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삶의 순간들에 우연하게 구름과 조우하며 그들 자신과 주변 환경이 환영과 변형을 거듭하는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14세기 후반에 출판된 작가미상의 기독교 신앙서 <미지의 구름>의 제목을 인용하며 마음을 이해하는 대신 직감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구름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신성한 영적체험에서의 방해와 화해, 모두를 상징하고 있다.

9. 염지혜(한국)
9-Jihye-Yeom_염지혜

<분홍 돌고래와의 하룻밤>, 2015,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1‘30“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은 브라질 아마존으로의 단기간 여행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지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분홍 돌고래’ 에 대한 브라질 아마존의 오랜 설화에서 기인한다. 이 설화에 따르면 아마존 강에서 수영을 하는 처녀는 분홍 돌고래의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 보뚜로 불리는 이 돌고래는 멋진 남자로 변신하여 여자들의 넋을 빼앗고 황홀한 수중도시 엥깡지로 그녀들을 유괴해 간다.

작가는 ‘분홍돌고래’ 자체의 1차적인 스토리가 아닌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문화와 만나고 이질적인 상황들과 접촉할 때 생겨나는 변형과 전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의 변형과 전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작가 자신의 주관적 상상력을 투여하며 문화가 변질되는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희석시킨다.

10. 메이로 고이즈미(일본)
10-Meiro-Koizumi_메이로-고이즈미_autopsychobabble#2

<영원한 처녀>, 2011, 공연 기록 영상(스페인 말로크라 소재 푼다시오 필라 이 호안 미로 미술관, 2011년 10월 25일), 컬러, 사운드, 25‘00“

일본의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늦봄>이라는 영화를 차용하여 공연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 작업이다. 이 작품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역사와 흉터에 대해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일본 영화계에서 순수하고 청순한 여인의 상징으로 1940-50년대 가장 유명한 여배우였던 세츠코 하라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수많은 선전물 속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대중들은 그녀가 42세 에 은퇴할 때까지 그녀를 처녀라고 생각했다. 은퇴 후에도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사망하기 전까지 언론에 사진조차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녀는 허구의 영화에서도 현실의 삶에서도 영원한 처녀를 연기한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감독 야스지로이다. 그는 일본 영화의 대부이자 가장 존경받는 감독이었는데 개인사에 대해서는 그를 포함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전쟁 후 그의 영화는 가족에 관한 내용을 아름답게 표현하였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많은 상처와 억압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일본의 영화와 역사와 인간의 다층적 요소들을 공연 형식의 영상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11. 문경원 & 전준호(한국)
11-Moon-Kyungwon-&-Jeon-Joonho_문경원-&-전준호_MYOHYANGSANGWAN

<묘향산관>, 2014-2016, HD 필름, 컬러, 사운드, 16‘15“

<묘향산관>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 식당이다. 베이징에서 개인전을 연 남한의 화가가 친구들과의 축하연을 위해 식당을 찾았고 이곳에서 만난 신비스러운 북한의 여종업원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는 하루 저녁의 사건이 작품의 내용이다. 묘한 분위기와 그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심리, 가치관, 다양한 상황 등을 무언극, 창작무용, 퍼포먼스 등으로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묘향산관에 모여서 사람들은 예술에 관한 형이상학적 담론들을 논하고 혹은 아름다운 북한 여성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남과 북의 이념적 갈등을 느낀다. 단순히 압축성장의 특성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비현실적인 세계와 자본이라는 현실적 세계가 혼재하는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 묘향산관이다. 이 공간에서 좌우 이념이 대립하는 분단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난 인간이 중심인, 몽환적 한국을 이 작품은 드러내고 있다.

12. 문틴 & 로젠블룸(오스트리아, 이스라엘)
12-Muntean-&-Rosenblum_문틴-&-로젠블룸

<디스코>, 2005,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53“
ⓒ Courtesy of the artists & Georg Kargl Fine Arts, Vienna

<디스코>는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대작 <메두사의 뗏목>(1819)과 현대의 클럽 문화를 함께 엮은 영상작업이다.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은 근대화 시기의 서구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대효하는 반인류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식민지 개척을 위해 띄운 거대한 군함은 관료를 매수해 함장 자리를 맡은 자의 무능함으로 인해 난파된다. 구명정으로 우선 탈출한 상위 계층 뒤에 남겨진, 하위 계층 사람들은 작은 뗏목 안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이며 15일간 표류했다. 제리코는 서양의 기독교 윤리와 이성을 저버린 반인륜적인 사건을 재현하면서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다. 문틴 & 로젠블룸은 서구 자본주의의 향락 문화를 상징하는 클럽에서 쾌락의 시간 후의 공허한 상황을 <메두사의 뗏목> 이미지에 중첩시켜 작품에 투영한다. 영업을 마치고 아수라장이 된 클럽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과장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제리코의 회화 속 비참함을 엄숙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승화해낸다. 화려한 자본주의의 상징인 클럽에서는 누구나 자본주의의 향락을 만끽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듯 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사회 계급의 차이가 숨겨져 있다. 우리는 이 작업에서 서구 중심의 불균형한 세계화의 끝에서 국가, 사회, 개인 간의 보다 조화로운 융합과 희망에 관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13. 날리니 말라니(인도)
13-Nalini-Malani_날리니-말라니

사라진 피를 찾아서>, 2012,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00’‘
Courtesy of the Gallery Lelong

인도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날리니 말라니의 영상 작품 <사라진 피를 찾아서>는 아득히 먼 곳에서 전해진 신화 혹은 역사적인 서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상이 흐르면서 곧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잔인하게 집단 강간당한 여성의 연극적 독백이자 나레이션이다. 이주, 글로벌리즘, 가난, 여성차별과 억압에 대한 주제를 다루며 파키스탄 시인 페이즈 마흐마드 페이즈(Faiz Ahmad Faiz)의 시에서 영감을 받고, 고대 힌두와 서양의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독일을 대표하는 동시대 작가인 크리스타 울프의 <카산드라>(1948) 에서 여성작가의 투쟁이야기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1910) 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세상으로부터 외면되는 여성 예술가의 버전을 입체화한다.

14. 송동(중국)
14-Song-Dong_송동

<시작 끝>, 2017,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 컬러, 무성, 시작: 86‘00’‘, 끝: 24’00‘’

송동은 영화 제작사와 필름 스튜디오의 로고들을 수집하여 이들을 잉크 위에 반사시켜 바람을 이용해서 잉크가 흔들리게 하고 이미지들을 왜곡하고 움직이도록 만든다. 잉크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2개의 스크린이 통로처럼 설치되고 2개의 프로젝터가 각각의 스크린을 비추어 관람객은 스크린 사이를 통과하거나 주변을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한다. 빛과 그림자를 따라 비현실의 존재인 이미지를 인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가오는 시간이 과거의 시간을 ‘입는’ 방식으로 삶의 또 다른 거울인 ‘진실한 가상’을 경험하게 한다.

15. 와엘 샤키(이집트)
15-Wael-Shawky_와엘-샤키

<알 아라바 알 미드푸나 III>, 2016, 흑백 필름, 사운드, 27‘00’‘
ⓒ Wael Shawky, Courtesy of the Lisson Gallery

한때 북이집트의 수도였던 아비도스 옆에 세워진 유적도시 알 아라바 알 미드푸나를 여행하게 되면서 선보인 알 아라바 알 미드푸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집트의 소설가 모하메드 모스타가브의 단편 <해바라기>에서 영감을 받아 영상의 시각적 디테일을 만들고 고혹적인 내레이션과 어린아이들의 어눌한 신체는 서로 충돌하며 묘한 존재감을 새롭게 만든다. 연극적으로 움직이는 아역배우들의 존재감과 어른 의상을 입고 어른의 목소리로 꿈과 현실 사이를 자연스럽게 떠도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파라오 세티 사원이 가진 역사성과 충돌하며 화면은 낯설음을 제공한다. 작가 자신의 경험, 원작의 줄거리를 담으면서도 동시에 동시대, 상상적인 과거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며 주제의 풍성함과 더불어 시적인 언어, 전통에 대한 반성, 이집트에 여전히 존재하는 서구적인 관점, 중동과 아랍세계에서 보여지는 역사를 절묘하게 잘 버무리고 있다.

16-1 ~ 16-2. 쉬빙(중국)
16-1-Xu-Bing_쉬빙_-땅으로부터의-책-팝업북(낮)

16-1 <지서(地書): 팝업북(낮)>, 2015,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6‘20’‘

16-2-Xu-Bing_쉬빙_땅으로부터의-책-팝업북(밤)

16-2 <지서(地書): 팝업북(밤)>, 2016, 영상 설치, 컬러, 사운드, 3‘50’‘

쉬빙은 <지서(地書): 팝업북(낮)>에서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이나 픽토그램의 상징적인 디지털 이미지들을 가지고 도시의 샐러리맨 미스터 블랙의 분주한 하루를 팝업북 형식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 미스터 블랙의 어느 하루를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픽토그램, 로고, 일러스트 표시, 이모티콘을 이용해 묘사하는 소설을 만들어냈다.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 벌어진 일들(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직장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온라인상에서 애인을 구하고, 데이트를 하러 가는 내용)을 묘사한다. 이 작업은 번역과 자막이 필요 없다. 동시대를 사는 지구인이라면 영상작업에서 나오는 그림만 보아도 미스터 블랙의 하루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과거 그림 언어 시대에는 세상 모든 만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인간과 사회는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였다. 이후 과학과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문자 언어가 탄생하고 문화와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21세기 혁명과도 같은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디지털 그림언어의 시대로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디지털 그림언어가 정보 공유와 소통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17. 양푸동(중국)
17-Yang-Fudong_양푸동

<쌍용 언덕 위에서>, 2012, 2채널 비디오, 흑백, 무성, 25‘50“
Courtesy of the artist and ShangART Gallery

중국 산둥성 푸른 돌 채석장의 현지 노동자들이 양푸동을 만나고 작가는 푸른 돌 조각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지 생활상을 반영한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재를 알리며 중국 북부 저소득층의 노동에 관해 주목한다. 그들은 자본가들에게 기복을 주는 대표적 상품인 푸른 기린 조각을 위해 노동을 한다. 실제 중국 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예술가가 농촌지역에 살면서 사회적 현실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즉각적인 의미, 그리고 사회주의 예술의 순수성을 내포하며 21세기 예술의 사회적 공공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양푸동은 돌조각의 작업 과정을 통하여 자본주의로 급변하는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귀족적 화려함과 노동자의 서민적 투박함 두 양면성을 해학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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